《개미》
작은 세계 속에 숨겨진 위대한 이야기
어렸을 때 초등학생이었나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집 책장에 꽂혀 있던 개미. 내가 처음으로 접한 장편 소설이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란 인물을 기억하게 된 계기가 되어준 책이다. 어린 나에겐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인 그저 한 권의 두꺼운 책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성장하며 가끔씩 꺼내어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여러 번 읽으면서 매번 다른 느낌을 받았던 소설책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세부적인 개미 사회의 묘사가 신선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한다.
책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하나는 인간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또 하나는 개미 시선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다. 인간 쪽에서는 웰즈 가문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죽음들이 차례로 드러나는데, 읽을수록 “도대체 이 집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뿜어져 나오게 된다. 특히 조나단 웰즈가 아버지 에드몽 웰즈의 연구 노트를 통해 점점 사건의 핵심에 다가서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노트 속에는 개미의 행동 원리나 사회 체계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 있어서, “왜 개미 연구자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걸까?”라는 미스터리가 점점 더 깊어졌다.
반면 개미 사회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 작은 생명체들이 서로 화학 신호로 소통하며 하나의 거대한 ‘집단 지성’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 오싹하도록 흥미로웠고 상상력을 자극했다. 특히 개미 103683호의 모험 장면에서 나는 상상력을 동원해 이미지를 그리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와, 이거 진짜 영화 한 편 보는 기분이다”. 전쟁터를 지나 적진으로 침투하는 장면은 긴장감이 팽팽해서 장면이 너무나도 현실감 넘치게 그려졌다. “개미의 더듬이가 흔들릴 때마다 전달되는 정보는 인간 언어보다도 더 정교하다”라는 표현을 읽고는, 개미 하나한테도 이렇게 복잡한 통신 시스템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 “우리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각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만 지각한다”라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내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것을 스쳐 지나갔는지 돌아보게 됐다. 출근길에 흔히 보이는 개미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이젠 그 개미도 각자 제 삶이 있고,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재밌었던 건, 베르베르가 인간 세계와 개미 세계를 병렬로 그리면서도 둘 사이의 공통점을 슬쩍 녹여낸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인간 사회에서는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되면 큰 혼란이 벌어지듯, 개미 사회도 화학 신호가 막히거나 전달이 어긋나면 곧바로 위협에 노출되어 버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일터에서도 소통이 잘 안 되면 일이 엉키는 것처럼, 개미 사회도 마찬가지구나” 하고 공감을 하게 됐다.
표현 자체도 정말 군더더기 없이 명료했다, 그 안에 은근한 문학적 감성이 녹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경고 신호”라든가,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지는 더듬이의 진동” 같은 구절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직접 개미 굴 속 깊은 곳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비유적인 표현 덕분에,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전하는 책을 넘어 나 자신의 삶과 사유를 동시에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느끼고,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한다면 판타지 영화 속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고 남은 감정은 ‘작은 존재도 결코 가볍지 않다’였다. 인간이 아무리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해도, 개미 하나하나의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만약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한번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는 내내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제 네가 만약 “다음엔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하고 망설이고 있다면, 《개미》를 한 번 꺼내 보기를 추천한다. 작은 삶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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